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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컬투쇼 라디오에 보낸 사연. 소개 될지.. ㅜㅜ

사업왕 2010. 1. 29. 10:35

- 제목 : 내 별명은 만두
- 설명 : 군에서 격은 내용을 각색한 이야기다.
- 총평 : 라디오에 소개되면 좋겠다. ㅜㅜ

   안녕하세요. 대구에 사는 29세 이경훈입니다.
   얼마 전 여자친구가 타 라디오 프로에 문자를 보낸 사연이 소개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비 오는 수요일 어쩌고저쩌고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자랑을 심하게 하더군요.
  그래서 전 컬투쇼에 뽑혀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뽑아주셔서 남자의 체면 좀 세워주셨으면 합니다.

   군에서 격은 슬픈 사연입니다. 해당 군을 이야기하면 편견을 가지실 것 같아 밝히지 않겠습니다..
전 군대를 지원해서 갔습니다. 나름 빡쎈 곳이라고 소문난 곳인데요. 해변대(가칭)라고 있습니다.
   자대배치를 받고 처음으로 고참들이 있는 곳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대는 100일휴가 전에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너무나 편하게 생활하도록 합니다. 일단 보면서 많이 적응하라는 겁니다.
    그 기간 동안 제게 별명이 생겼습니다. 별명은 "만두"... 속이꽉찬 남자를 만두남이라 부르던데.. 그런의미의 만두는 아니고, 얼굴이 둥근 편이라 얼굴이 만두를 닮았다고 만두였습니다.
   제 키는 국가공인 166cm 인데, 입대 당시에는 66kg 몸무게가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는 75kg 이었습니다. 군대 밥이 잘 맞는지 살이 올라 얼굴이 터질 것 같았으니까요.
  제 별명은 유명해 졌습니다. 고참들은 물론이고 간부들까지 만두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이름이 더 불려야겠다는 생각에 저를 부를 때는 이름을 더 크게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 고참 : 야~ 만두~
** 나 (절도있게): 이병~ 이경훈
** 고참 (장난스럽게): 만듀~
** 나 (더 절도있게): 이병~ 이경훈!
** 고참 (더 장난스럽게): 마안듀우우~
** 나 (간절하게): 이병~ 이!! 경!! 훈!!!

   편안생활도 끝이 나고 100일휴가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휴가를 다녀오니 고참들의 눈빛부터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앉아 있을 시간이 없어지고, 모든 행동은 감시 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상병 이상 고참과는 대화 하는 것도 금지 되었습니다. 말을 할 때는 무조건 "다"로만 끝을 맺어야 했습니다.
행여나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는
** 나 (겁에 질린 목소리로) : 화장실 가도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뭘 물어 볼때는 "까"를 쓰는 대신 "알고 싶습니다"로 해야 했습니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길이었습니다.
   군기를 담당하는 일병오장(일병 5호봉)은 이병들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았습니다. 맞기도 많이 맞았습니다.

드디어 사건이 발생한 날이 찾아왔습니다.
  새로운 일병오장이 탄생하는 날이었습니다. 매달 호봉이 바뀌니 일병오장도 매달 바뀌는게 당연하겠지요.
그 고참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었나 봅니다. 당시 제가 이병 중에서 제일 고참이었습니다.
이병들 중에는 개념이 좀 들었던 제가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군 가혹행위를 없앤다고 많이 노력하던 시기라 개념없는 신병을 잘못 건들었다가 낭패보기 일수였거든요.
  이맘쯤인 것 같습니다. 그 문제의 일병오장 고참은 해가 질 무력 외진곳에 있는 창고로 절 데려갔습니다.
** 고참: 미쳤냐?
** 나 : 아닙니다.  (퍽~) (아픔을 참으며):  이병 이경훈   -> 맞으면 관등성명을 이야기 하는 게 일종의 개념입니다.
** 고참: 미쳤어?
** 나 : 아닙니다.  (퍽~) (아픔을 참으며): 이병 이경훈
** 고참: 미쳤냐고~?
** 나 : 아닙니다.  (퍽~) (아픔을 참으며):  이병 이경훈
** 고참: 완전 미쳤구만...
** 나 : 아닙니다.  (퍽~) (아픔을 참으며):  이병 이경훈
** 고참: 분명히 미쳤어.. 미친게 분명해..
** 나 : 아닙니다.  (퍽~) (아픔을 참으며):  이병 이경훈
.
.
   다른 말은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때리는 자신도 딱히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나 봅니다. 저도 다른 말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상황에 "왜 미쳤는지 알고 싶습니다."라고 했다가는 더 맞을게 뻔했으니까요..
그렇게 한참을 다른 말없이 미쳤냐는 말을 들으며 얼굴을 주먹으로 맞고 끝으로 한방더 맞았습니다.
** 고참: 앞으로 잘해라.

** 나 : 네~ 알겠습니다.  (퍽~) (아픔을 참으며):  이병 이경훈
   뭘 잘 하라는것인지도 모르게, 
그내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추운 겨울이었고 긴장하고 있어서 얼마나 아픈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좀 얼얼하다 싶었을 뿐이니까요. 
   샤워를 하며 거울을 보니 얼굴이 좀 부어 있었습니다. 그 고참도 요령이 없었나 봅니다. 보통은 표시가 안나게 때리는데 얼굴이 퉁퉁 부었습니다.
남자들끼리만 있는데 표시 좀 나면 어때 하는 마음으로 별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지옥 같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검(점호)시간이 되었습니다.
당직사관이 인원파악을 마치고 부대원들에게 훈훈한 말씀을 던지며 대원들을 살폈습니다.
** 사관 : 요즘 타 부대에서는 구타 및 가혹행위가 빈번히 발생한다고 합니다. 우리 부대원들은 서로 아끼면서 생활...
  하는 순간 저를 발견하였습니다.
** 사관 : 이봐 이병~
** 나 (큰 목소리로) : 이병 이경훈  <- 이병은 순검시간에 목소리를 무조건 크게 해야 합니다 중대원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이요.
** 사관 : 자네는 얼굴이 왜 그런가? 좀 부은거 같은데?

 맞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부대가 발칵 뒤집어 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때린 고참은 영창을 가야 하고, 관리 소홀로 내부실장, 중대장 등등 줄줄이 징계 될 것이 뻔한 일이었습니다. 역시 전 개념있는 이병이었습니다.
  모든 고참들이 저만 쳐다보고, 모든 사람이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참들은 제가 맞아서 이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남은 군생활이 꼬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단을 해야 했습니다. 망설이면 더 의심받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크게 소리 쳤습니다.
** 나 (당당하고, 큰 목소리로): 그래서 만두입니다.
사관은 약간 갸우뚱 하더니... 바로 순검 끝 맨트를 날렸습니다.
** 사관 (절도 있게): 금일 텔레비전 시청은 22시까지 22시 이후 유동병력 없이 모두 취침한다. 순검~~~~~~~ 끝.
** 모든 대원 : 순검~~ 끝! 악!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밤이 찾아왔고, 때린 고참은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인지 야심한 밤에 저를 깨워서는 짱박아둔 라면을 끓여 주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 고참 : (짧은 한숨) 내일은 라면 먹어서 부었다고이야기 하면 될거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청곡은 손담비에 "미쳤어". 틀어주세요.

ps) 이병 순검모드로 한번만 외처주세요... "봉희야 사랑한다~"